『승만경(勝鬘經)』의 십대서원(十大受)

Ⅰ. 개요(槪要)

원래 명칭은 『승만사자후일승대방편방광경(勝鬘獅子吼一乘大方遍方廣經)』이며 보통 줄여서 『승만경(勝鬘經)』이라고 부르는 이 경(經)은 구나발타라가 한역한 것으로 고려대장경에만 실려 있다. 이 경은 진흥왕 37년(576년) 안흥법사가 신라에 전했는데, 그 영향력이 상당해서 성덕여왕과 진덕여왕은 이 경의 설법 주체인 ‘승만’을 자신의 이름으로 삼기도 했다고 한다. 또 원효 스님은 이 경에 나오는 여래장사상(如來藏思想)➀을 매우 중시하며 자신의 글 속에 20여 회나 인용했다고 한다. 재가(在家) 여인인 승만 부인이 부처님을 대신해 법을 설하고 있다.

대승경전 중 『능가경(楞伽經)』과 함께 여래장사상(如來藏思想)을 설하는 대표적인 經典의 하나로써 이 경은 인도(印度) 사위국의 파사익왕과 말리카 부인 사이에 태어나 아유사국(阿踰闍國)의 우칭왕(友稱王)에게 출가한 승만 부인이 부처님께 십대서원(十大誓願)과 삼대원(三大願)을 세우고 정법에 대해 자기가 생각한 바를 설하는 형식으로 취하고 있다.

경의 요지는 三乘(성문, 연각, 보살)의 가르침이 모두 대승(大乘)의 일승사상(一乘思想)➁에 귀일한다는 것이며, 중생은 모두 번뇌에 둘러싸여 있지만 본성은 청정무구하여 여래와 마찬가지로 여래의 성품(불성 여래장)을 갖추고 있는바 이것을 공(空)과 불공(不空)의 양면에서 아는 것이 곧 바르게 안다는 것이다. 또한 여래장(如來藏)에 의해서 생사윤회(生死輪回)의 해탈(解脫)과 열반(涅槃)의 획득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Ⅱ. 경전(經典)의 원전(元典) 종류와 역경(譯經)

이 경의 산스크리트 원전은 전해지지 않는다. 그리고 『승만경(勝鬘經)』의 범어 원전(주) 현존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나 『구경일승보성론(究竟一乘寶性論)』, 『대승집보살학론(大乘集菩薩學論』 등에 산스크리트 원전의 단편이 인용되고 있어 원형을 짐작할 수 있다. 이 경이 처음으로 한역된 것은 북양의 묵무식(墨無識)에 의해서였다. 그러나 일찍부터 이 역본은 전해지지 않았고 현재는 서기 436년에 구나발타라(求那跋陀羅)가 번역한 『승만사자후일승대방편방광경(勝鬘獅子吼一乘大方遍方廣經)과 당의 보리 유지가 번역한 『승만부인회(勝鬘夫人會)』의 두 가지가 있다.

물론 두 가지의 번역본 중에서 널리 유포된 것은 구나발타라(求那跋陀羅)의 역본이며 많은 주석서들도 이것을 토대로 하였다. 한역본에는 승만사자후알승대방편방광경(勝鬘獅子吼一乘大方遍方廣經, 구나발타라 역 436년)과 대보적경(大寶積經, 제48회(會) 승만부인회, 보리일찌 역 706~713년)이 있다.

범어원전의 현존하는 「論」 송에 인용되어져서 있는 글에 의하면 『승만경(勝鬘經)』 원문의 면목을 회상할 수가 있다. 그들 「論」의 한역명(寒疫名)은 『대승장엄경론(大乘莊嚴經論』, 『구경일승보성론(究竟一乘寶性論)』, 『대승집보살학론(大乘集菩薩學論)』이다.

Ⅲ. 십대서원(十大受)의 내용

승만 부인의 부모가 불법에 귀의한 기쁨을 딸에게 알리기 위해 서신에다 부처님의 무량한 공덕을 찬양하는 내용을 써서 보내자 이를 보고 기뻐한 부인은 서신을 읽는 가운데 부처님의 위대한 가르침에 감읍(感泣:감격하여 흐느낌)하고 부처님으로서 장차 성불하리라는 수기(手技)를 받은 승만부인이 부처님 앞에서 십대서원(十大誓願) 및 삼대원(三大願)을 세우고 법을 설하면서 부처님께 인가받는 내용인데 열가지 서원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저(승만)은 오늘부터 깨달음의 피안(彼岸: 이승의 번뇌를 해탈하여 열반의 세계에 도달하는 일)에 이르기까지 결코 계(戒)를 범하려는 마음을 일으키지 않겠습니다.

둘째, 저는 오늘부터 깨달음의 피안에 도달하기까지 모든 손위 거룩한 분에 대해 잘난 체하는 마음을 일으키지 않겠습니다.

셋째, 저는 오늘부터 깨달음의 피안에 이르기까지 모든 사람들에 대해 성내는 마음을 일으키지 않겠습니다.

넷째, 저는 오늘부터 깨달음의 피안에 이르기까지 타인의 행복이나 재산·지위에 대해 질투하는 마음을 일으키지 않겠습니다.

다섯째, 저는 오늘부터 깨달음의 피안에 이르기까지 자기가 저축한 것에 대해 인색한 마음을 일으키지 않겠습니다.

여섯째, 저는 오늘부터 깨달음의 피안에 이르기까지 자기 자신을 위해서는 재산을 모으지 않겠습니다. 가난하고 의지할 곳이 없는 사람들을 돕기 위해서는 저축을 하겠습니다.

일곱째, 저는 오늘부터 깨달음의 피안에 이르기까지 보살이 사람들을 인도함에 즈음하여 사용하는 네 가지의 행에 의해서 사람들을 접하겠습니다.

여덟째, 저는 오늘부터 깨달음의 피안에 이르기까지 고독한 사람, 감금되어 있는 사람, 병든 사람, 여러 가지로 괴로워하고 있는 사람, 가난한 사람을 모른 체하지 않겠습니다.

아홉째, 저는 오늘부터 깨달음의 피안에 이르기까지 새나 짐승을 잡아서 파는 사람, 길러서 잡아 죽이는 사람, 부처님의 가르침(戒)에 배반하는 사람을 보았을 경우에는 결코 못 본 체하지 않겠습니다.

열째, 저는 오늘부터 깨달음의 피안에 이르기까지 정법을 훌륭히 유지하고 생애을 통해 그것을 잊어버리지 않겠습니다.

이러한 열 가지 서원을 깨달음에 이를 때까지 실천하겠다는 승만 부인의 다짐에 대하여 부처님께 그 성취를 증명하고 있다. 즉 모든 계(戒)를 유지해 가려는 의미의 섭율의계(攝律儀戒)와 온갖 선법을 닦아 가는 의미에서의 섭선법계(攝善法戒)와 모든 사람들을 이익케 하는 의미에서의 섭중생계(攝衆生戒)라고 하는 3취정계(三聚淨戒)➂이다.

승만 부인의 10대수를 삼취정계에 적용하면 첫째에서부터 다섯째 까지는 섭율의계(攝律儀戒)이고 여섯째부터 아홉째 까지는 섭중생계(攝衆生戒)이며 열째는 섭선법계(攝善法戒)가 된다.

Ⅳ. 삼대원(三大願)

승만 부인은 부처님께 다음과 같이 세 가지 큰 원을 세운다.

첫째, 한량없고 가이없는 중생을 안온케 하며 모든 생(生)에 언제나 올바른 가르침의 지혜(知慧)를 얻겠다. 둘째, 올바른 가르침의 지혜(知慧)를 얻은 뒤에는 싫어하지 않는 마음으로 중생(衆生)을 위하여 설(說)하겠다. 셋째, 올바른 가르침을 받아들인 뒤에는 몸·목숨·재물을 버리고서 올바른 가르침을 보호해 지니겠다. 《끝》

※ 주석(註釋)

① 여래장사상(如來藏思想)

여래장 사상(如來藏思想)은 여래장(如來藏)에 대한 교의와 여래장연기(如來藏緣起), 즉 진여연기(眞如緣起)의 교의를 근간으로 하는 대승 불교 중기 이후의 사상이다. 여래상 사상에서는 모든 중생은 본래부터 여래(부처)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주장하였으며, 이 가능성을 여래장이라고 하였다. 여래장은 본질적으로 불성(佛性) 또는 진여(眞如)와 동일한 개념이다. 여래장 사상은 인도에선 유식설보다 먼저 성립되어 대승 불교의 이대 조류인 중관파(中觀派)나 유식파(唯識派)의 사상과는 다른 계통을 이루었으며, 《능가경(楞伽經)》·《밀엄경(密嚴經)》·《대승기신론(大乘起信論)》에서 대성되었다.

② 일승사상(一乘思想)   너무나 잘 알려진 대승경전인 <법화경>에 의하면, 인간은 선으로 향하든 악으로 향하든 무한한 가능성을 지니기 때문에, 하나에 집착하는 입장을 고집하여 고정적으로 생각하는 것은 잘못이다. 또한 어리석음과 깨달음 생사와 열반이라는 모순개념은 관념적으로 생각하면 별개이지만, 구체적인 사실로서는 한 가지 것의 양면이다. 이렇기 때문에 번뇌가 바로 보리(菩提)요, 생사가 바로 열반이라는 것이 살아가는 현실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렇게 말할 수 있는 근거가 바로 일승사상이다. 일승사상이란 단적으로 말하면 성불을 실현하는 유일하고 궁극적인 가르침을 표방하는 사상이다. ③ 삼취정계(三聚淨戒) 섭률의계(攝律儀戒) ·섭선법계(攝善法戒) ·섭중생계(攝衆生戒)의 셋으로 대승의 보살이 지녀야 할 계법(戒法)이며 삼취청정계 ·삼취계라고도 한다. 소승의 금계적(禁戒的) 계법에 비하면 적극적인 성격이 강하다. 《유가사지론(瑜伽師地論)》 그 이역(異譯)인 《보살지지경(菩薩地持經)》에서는 율의계 ·섭선법계(혹은 接善戒) ·요익중생계(饒益衆生戒 ·혹은 接生戒)로 분류하며, 각각을 지악문(止惡門) ·수선문(修善門) ·권선문(勸善門)으로 부르기도 한다. 그 후 《범망경(梵網經)》 《보살영락본업경(菩薩瓔珞本業經)》 등도 이러한 대승계를 채용하고 있다.   ➀ 섭률의계(攝律儀戒)는 석가가 제정한 계율을 지켜 그릇됨을 막고 일체의 악을 끊어버리는 것(방비지악:防非止惡)으로 생명을 살해하는 것(불살계:不殺戒), 도둑질(불도계:不盜戒), 음욕(불음계:不淫戒), 거짓말(불망어계:不妄語戒), 술의 매매(불주계:不酒戒), 다른 사람의 죄와 허물을 말하는 것(불설과죄계:不說過罪戒), 자신을 칭찬하고 남을 비방하는 것(불자찬훼타계:不自讚毁他戒), 재산과 가르침을 베푸는 것을 아깝게 여기는 것(불계:不戒), 화를 잘내는 것(불진계:不瞋戒), 불 ·법 ·승 3보를 비방하는 것(불방삼보계:不謗三寶戒) 등 10가지 무거운 계율(십중계:十重戒)과 48가지의 가벼운 계율(경계:輕戒)을 지켜, 일체의 허물과 악을 버리는 것을 말한다. 소승불교에서도 이것을 설하나 섭선법계와 섭중생계는 대승불교 특유의 것이다.  

➁ 섭선법계(攝善法戒)는 적극적으로 일체의 선을 실행하는 것이며,   ➂ 섭중생계(攝衆生戒)는 일체의 중생을 모두 섭수(攝受)하여 구제 ·이익되도록 하는 것, 즉 자비심을 갖고 중생을 위해 진력하는 일체의 이타행위(利他行爲)를 말한다.   섭률의계와 섭선법계는 자리(自利)이며 섭중생계는 이타행위이다. 자리 중에서 섭률의계는 파악(破惡)이고, 섭선법계는 행선(行善)이라 할 수 있다. 일체의 계법은 그 어느 것이라도 이 세 가지에 포함되는데, 청정하기 때문에 정계(淨戒)라고 한다. 취(聚)는 집적(集積)의 뜻이다.